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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 목적 ADR 필요 없다"…장기 검토 여지는 남겨
하이닉스 공모에 2000억달러 주문…기관 수요 확인
지난달 삼성전자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회사는 당일 이를 부인했다.SK하이닉스가 나스닥에 ADR을 상장해 265억달러를 조달한 것이 계기가 됐다.다만 두 회사의 재무 구조가 달라,삼성전자가 ADR을 발행하더라도 목적과 방식은 SK하이닉스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검토 부인 그리고 이유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14일 복수의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ADR 발행을 놓고 투자은행들과 예비 협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주관사를 선정하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단계는 아니며 타당성을 살피는 수준이라고 전했다.관계자들은 논의가 초기 단계여서 실제 상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과거에도 ADR 발행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적이 있으며,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다시 들여다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상장을 추진할 경우 방대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반복되는 노사 분쟁이 발행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계자들의 언급도 함께 전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이를 부인했다.회사 관계자는 ADR 상장 검토 여부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고,추가 신주 발행 필요성이 낮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신주 발행 필요성이 낮은 삼성전자 회사 상황은 재무제표에서 확인된다.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3조3100억원,단기금융상품은 74조500억원으로 합쳐 147조3500억원이다.총차입금은 단기 19조5500억원과 장기 7조3900억원을 더해 약 26조9400억원이다.차입금을 뺀 순현금이 약 120조원에 이른다.
또한 분기보고서에는 내부 자금을 통합 관리해 외부 차입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이 명시돼 있다.외부에서 돈을 조달할 이유가 구조적으로 크지 않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의 사정도 나쁘지 않았다.1분기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이 21조1700억원,총차입금이 19조3200억원으로 사실상 순현금 상태였고 전 분기 22조2500억원에서 차입금을 줄이는 중이었다.부채총계 58조4500억원에 자본총계 164조38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36% 수준이었다.1분기 매출 52조5800억원에 영업이익 37조61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신주를 발행한 데는 조달 규모라는 요인이 있다.이번에 확보한 265억달러는 원화로 36조원 안팎으로 기존 총차입금의 두 배에 가깝다.같은 금액을 빚으로 조달하면 이자 부담과 재무 레버리지가 한꺼번에 커진다.업황 변동이 큰 메모리 산업에서 이는 부담이 될 수 있다.반면 주식은 갚을 의무도 이자도 없다.인공지능(AI) 수요로 미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시점에 주식을 발행하면 적은 지분 희석으로 큰 금액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삼성이 한다면 목적이 다르다
ADR은 발행 방식에 따라 성격이 나뉜다.SK하이닉스처럼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있고,기존 주식을 기초로 정규 거래소에 상장만 하는 방식이 있다.후자는 회사로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미국 투자자가 사고팔더라도 그것은 기존 주주와의 거래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ADR을 하게 된다면 후자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조달할 이유가 없으니 신주를 찍을 필요도 없고,미국 투자자의 접근성만 확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티잔파트너스의 데이비드 삼라 매니징디렉터는 지난 4월 블룸버그를 통해 SK하이닉스가 ADR 상장을 신청한 직후 삼성전자도 같은 길을 가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그는 SK하이닉스가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돈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기업가치가 주된 동기가 될 것으로 봤다.미국의 평균적인 투자자는 한국에 상장된 주식에 접근할 수 없어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었다.유동성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투자자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질도 나아질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아티잔은 500억달러 이상을 운용하며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지분 0.7%를 보유했다.10년 넘게 들고 있는 종목으로 아티잔 인터내셔널 밸류 펀드의 최대 보유 종목이다.SK하이닉스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실적 발표에서 다시 나온 답변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회사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확보하고 있어 신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ADR의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현재로서는 ADR 발행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다만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의 장기 검토 가능성은 열어뒀다.
지난달 14일의 부인과 비교하면 설명이 구체화됐다.당시에는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회사 상황이 다르다는 답변이었지만,이번에는 자금 조달 목적의 ADR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순현금 120조원이라는 재무 구조와 같은 맥락이다.
동시에 부인의 범위도 드러났다.회사가 선을 그은 것은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ADR이며,주주가치 관점의 ADR 검토는 배제하지 않았다.앞서 시장에서 거론된 방식이 신주 발행 없이 접근성만 확보하는 쪽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카지노 창녀그 가능성까지 닫힌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금은 미국 개인이 살 수 없다
삼성전자 주식을 해외에서 사는 경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런던증권거래소에는 보통주와 우선주가 각각 상장돼 있다.그러나 이는 미국 증권법상 사모 규정에 따라 발행된 것이어서 미국 개인 투자자는 살 수 없고,자산 규모 1억달러 이상의 적격기관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다.1주가 국내 주식 25주에 해당해 한 주 가격이 4000달러를 넘는다는 점도 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에서는 장외시장에서 거래되지만 정규 상장이 아니어서 유동성이 낮다.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들어 120% 넘게 오르며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웃도는 상황에서,미국 투자자가 이를 정상적으로 사고팔 통로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TSMC가 보여준 것
미국 상장이 기업가치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대만 TSMC 사례에서 확인된다.TSMC는 1997년 ADR 발행으로 5억2000만달러를 조달했다.조달 규모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미국 투자자 자금이 유입되는 통로가 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선호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특히 AI 관련 상승 국면에서 미국 상장 주식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패시브 자금이 몰리며 타이베이 상장분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두 시장의 가격 차이는 지난해 한때 30%를 넘기도 했다.TSMC의 현재 시가총액은 1조7000억달러에 이른다.
SK하이닉스 공모에서 확인된 수요가 다시 한번 삼성전자 ADR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공모 과정에서 들어온 주문은 약 2000억달러로 조달 규모의 7~8배에 달했다.500개가 넘는 기관 계좌에서 주문이 나왔고,베일리기퍼드오버시즈와 코투매니지먼트가 앵커 투자자로 합쳐 70억달러가량의 관심을 보였다.최종 배정에서는 상위 25개 계좌가 3분의 2가량을 가져갔다.
기관이 서울에서 직접 사지 않고 ADR을 택하는 이유는 접근성 때문만은 아니다.미국 펀드 상당수는 운용 규약상 미국에 상장된 달러 표시 증권만 담을 수 있거나 해외 현지 주식 보유에 제한을 받는다.미국 지수에 편입되면 인덱스펀드와 ETF가 기계적으로 사들이는 자금도 생긴다.원화 환전과 현지 보관,외국인 투자등록,시차에 따른 결제 같은 운영 부담이 사라지는 것도 요인이다.대규모 물량을 정해진 가격에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앵커 투자자들이 공모에 참여하기도 한다.
다만 ADR이 환위험을 없애주지는 않는다.기초자산이 원화 자산이기 때문이다.사라지는 것은 환전과 결제,카지노 창녀보관에 따르는 절차상 번거로움이다.
실제 기관 보유 비중은 아직 공식 확인이 되지 않는다.미국 기관투자가의 보유 내역 공시인 13F에 SK하이닉스 ADR이 처음 반영되는 것은 오는 11월 중순이다.
월가는 저평가로 봤다
SK하이닉스 ADR을 둘러싼 평가는 최근 달라지고 있다.로이터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까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비롯한 최소 6개 금융회사가 SK하이닉스 ADR에 대한 기업분석을 개시하면서 매수 또는 비중확대 의견을 냈다.BofA는 첫 보고서에서 미국 기술기업들의 견조한 주문과 고급 메모리 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근거로 슈퍼사이클 수준의 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며 저평가 상태라고 분석했다.
UBS의 니콜라스 고도아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30일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204달러를 제시했다.그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면서,구조적으로 높아진 수익성과 잉여현금흐름 창출력,크게 확대된 주주환원이 현재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로젠블랫증권은 목표주가 320달러를 내놨는데,전날 종가 142.72달러 대비 124%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보고서가 잇따르자 주가도 반응했다.SK하이닉스 ADR은 4일 뉴욕증시에서 8.17% 상승했다.
이는 ADR 상장이 노린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는 대목이기도 하다.미국 증권으로 상장되면서 현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대상이 됐고,그 결과 서울에서 매겨지던 것과 다른 시각의 평가가 나오게 됐다.
남은 변수
다만 흐름이 계속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다.SK하이닉스 ADR은 발행가 149달러로 출발해 상장 초기 국내 주가 대비 프리미엄이 붙으며 올랐지만,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자 하락했다.사상 최대 실적이었음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4%대 밑돈 것이 이유였다.7월 들어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함께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블룸버그가 전한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상장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메모리 반도체 주가의 변동성을 지켜볼 계획이다.
정리하면 ADR의 명분은 자금 조달과 기업가치 두 가지인데,삼성전자에는 첫 번째가 해당되지 않는다.회사가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것도 그 지점이다.남는 것은 기업가치이고,SK하이닉스 사례는 그 효과가 실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다만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장 후 한 달가량이 걸렸고 그사이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
결국 삼성전자가 검토할 대상은 ADR이 기업가치에 도움이 되느냐가 아니라,지금이 그 시점이냐가 된다.회사가 중장기 검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못 박은 것도 이런 판단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SK하이닉스에 비해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그 요인으로 미국 상장 여부가 지목될 경우,삼성전자의 검토가 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