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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희 기자 ]
판결 수용도 검토했지만 지급 방식 협의 불발…결국 다시 대법원행
9440억원 자금 조달·재산분할 비율 쟁점…"주주·그룹 경영 영향 최소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이 다시 대법원으로 향합니다.최 회장은 재상고 기한 마지막 날인 8월14일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습니다.최 회장 측이 재상고 사실을 언론에 알린 시각은 기한 만료를 불과 1분 앞둔 오후 11시59분이었습니다.재상고하지 않고 판결을 받아들이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막판 선택의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파기환송심 이후 양측은 944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금의 지급 방식을 놓고 협의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집니다.최 회장 측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9년 가까이 이어진 소송의 종지부를 찍는 대신 재상고를 택한 배경은 무엇일까요.문답으로 짚어봤습니다.
Q.최태원 회장은 왜 다시 상고했나.
최 회장 측이 재상고를 결정한 구체적인 이유를 모두 공개한 것은 아닙니다.다만 파기환송심 이후 진행된 양측의 협의 과정과 재산분할금 규모,재상고심에서 다시 다툴 법적 쟁점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재산분할금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합니다.9440억원 지급 판결이 확정되고,이후 지급이 늦어질 경우 연 5%의 지연이자가 붙습니다.최 회장의 자산 상당 부분은 현금보다 SK㈜ 등 계열사 주식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분할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려면 보유 자산을 활용하거나 별도의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데,토토 기소유예 디시파기환송심 선고부터 재상고 기한까지 약 3주에 불과했다는 점도 고려 요인으로 꼽힙니다.
다만 자금 조달을 위한 '시간 확보'가 재상고의 목적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최 회장 측은 재산분할 비율과 기여도 산정 등에서도 다시 다툴 법적 쟁점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9440억원을 현금으로 마련하는 게 왜 부담인가.
최 회장의 자산 상당 부분이 주식인 만큼 거액의 현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선택지를 검토해야 합니다.특히 최 회장은 SK㈜ 지분 17%대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SK㈜ 지분을 대규모로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경우 최 회장의 지분율이 낮아지고,매각 규모와 방식에 따라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물론 지분 매각이 유일한 자금 조달 방법은 아닙니다.다만 최 회장 측이 재상고 직후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자금 조달 과정에서 이 같은 요소도 고려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Q.현금 대신 주식으로 나눠줄 순 없었나.
실제로 양측은 지급 방식을 놓고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최 회장 측은 전액 현금 대신 현금과 주식을 함께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주식으로 지급한 부분의 가격이 이후 하락하면 차액을 보전하고,반대로 오르면 상승분을 노 관장 측에 귀속시키는 조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최 회장 측에서는 노 관장 측이 전액 현금 지급 입장을 고수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지급 방식에 대한 협의가 무산되면서 재상고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도 제기됩니다.다만 협상 과정과 조건에 대한 노 관장 측의 구체적인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Q.대법원에서는 무엇을 다시 다투나.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재산분할 비율과 기여도 산정입니다.앞서 대법원은 노 관장의 부친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을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이에 재산분할금 1조3808억원을 인정했던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파기환송심은 이를 반영해 분할금을 9440억원으로 낮췄습니다.다만 노 관장의 재산분할 비율은 35%에서 33.3%로 소폭 조정됐습니다.재판부가 비자금 300억원을 기여도에서 제외하면서도 30년 넘는 혼인 기간 노 관장이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담당하고 SK그룹 관련 대외 활동에 참여한 점 등을 별도의 기여로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최 회장 측은 비자금 등이 제외됐는데도 분할 비율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데 법리적 문제가 있는지를 다시 다툴 것으로 예상됩니다.이혼 이후 SK㈜ 주식 가치 변동을 재산분할에 반영한 부분과 SK실트론 지분의 분할 대상 포함 여부 등도 쟁점으로 거론됩니다.
Q.재상고로 9440억원이 다시 바뀔 수도 있나.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대법원이 파기환송심 판단에 법리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이 경우 재산분할 비율과 금액 등에 대한 심리가 다시 진행됩니다.
다만 재파기환송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법조계 시각도 있습니다.대법원은 사실관계를 새로 판단하기보다 원심의 법률 적용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살피는 법률심이고,이번 사건은 이미 한 차례 대법원의 판단을 거쳐 파기환송심이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재상고를 기각하거나 정식 심리 끝에 상고기각 판결을 내리면 9440억원 지급 판결은 그대로 확정됩니다.반대로 다시 파기환송하면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돌아가게 됩니다.2017년 시작된 두 사람의 재산분할 소송도 그만큼 더 이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