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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포영화는 이제 다른 나라에서도 통한다.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악귀 아이돌이 괜히 탄생한 게 아니다.그 전에 여름철만 되면 극장가에서 관람객의 등에 식은땀을 나게 했던 선조 격 공포물이 있었기에 이처럼 빛나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문화부 기자들이 모여‘자신이 픽(PICK)한 최고로 무서운 그 옛날 방화’를 주제로 수다를 떨어봤다.쉬이 떠날 것 같지 않은 늦여름‘케이(K)-공포영화’와 함께 선선한 저녁이 있는 삶을 만끽해보시길!
[성지은 기자 PICK ] 스승의 은혜(2006)
16년 만에 담임샘 찾아간 제자들
제목만 보면 스승의 날 다큐멘터리 같지?사실 청소년 관람불가 공포영화야.초등학교 때 자기들을 때리고 망신 줬던‘담임샘’을 제자들이 16년 만에 찾아가는 이야기거든.
정년퇴직한 노교사가 시골집에 혼자 살아.휠체어 신세인 그를 돌봐온 제자 하나가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리겠다며 옛 급우들을 불러.오랜만에 다 같이 모이지.
처음엔 다들 웃으면서 인사를 올려.근데 그 얼굴들이 저마다 상처를 감추고 있어.체벌로 다리를 못 쓰게 된 애,가난하다고 애들 앞에서 망신당한 애,뚱뚱하다고 놀림받은 애.정작 선생님만 아무것도 기억 못 해.결국 제자 하나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물어.“그때 왜 그러셨어요?”
근데 이 영화,다 보고 나서 관람평을 읽으면 한번 더 서늘해져.2006년 작품인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리뷰 영상에 댓글이 달리거든.담임 실명을 적어놓고 자기가 어떻게 당했는지 쓰고 가.촌지 못 냈다고 찍혀서 벌 받았다는 얘기,급식판 안 옮겼다고 두드려 맞았다는 얘기.수십년이 지났는데도 그 사람의 이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더라니깐.
감독 임대웅 / 주연 오미희·서영희 / 93분 / 청소년 관람불가
고전소설이 낳은 자매의 반전극
수미(임수정 분)와 수연(문근영 분) 자매는 서울에서 오랜 치료를 마치고 시골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어.냉랭한 아버지 무현(김갑수 분)과 자매를 못마땅해하는 새어머니 은주(염정아 분)가 기다리고 있었지.수미는 은주와 갈등이 점점 깊어져.꿈속에서 귀신을 보고,신 맞고 다운로드집안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까지 겪게 되지.마침내 결말에서 수미의 충격적인 비밀이 밝혀져.감상의 재미를 떨어뜨릴까 봐 말은 못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놀라는 동시에 슬픔과 씁쓸함이 밀려와.진실을 알게 되면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과 대사가 전혀 다르게 보일걸.
“너 진짜 무서운 게 뭔지 알아?뭔가 잊고 싶은 게 있는데,깨끗하게 지워버리고 싶은 게 있는데,도저히 잊지도 못하고 지워지지도 않는 거 있지.근데 그게 평생 붙어 다녀.유령처럼.”
대사가 보여주듯 끝내 사라지지 않는 기억과 죄책감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오래 괴롭히는 존재 아닐까.
감독 김지운 / 주연 임수정·염정아·김갑수·문근영 / 118분 / 12세 이상 관람가
[조은별 기자 PICK ] 기담(2007)
경성 최고 서양식 병원의 세 비밀
한국 공포영화 추천에 빠지지 않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기담’의 후기 일부야.
영화는 1942년 옛 서울 경성의 서양식 병원을 무대로 한 세가지 이야기를 다뤄.죽은 여인과 시체실에서 마주하는 정남(진구 분),밤마다 죽은 엄마를 목격하는 소녀 아사코(고주연 분),아내 인영(김보경 분)의 비밀을 파헤치는 남편 동원(김태우 분)이 각각의 주인공이야.
먼저 의사 부부인 동원·인영이‘안생병원’에 부임하면서 첫 막이 올라.이곳엔 의대 실습생 정남이 일하고 있지.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의 시체와 가족을 모두 잃은 아사코가 병원에 실려와.그날부터 기이한 불경 소리가 건물을 휘감기 시작해.
간이 콩알만 하다면 두번째 이야기를 특히 조심해.아사코의 병실에 나타나는 엄마 귀신은 “실제 귀신이 저런 소리를 낸다는데 이를 어떻게 구현한 거냐”고 할 만큼 섬뜩하니까.
오죽하면 제작진도 촬영 당시 너무 무서워서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할 정도야.
끝까지 보고 나면 신기하게 슬프고 서늘한 여운이 남을 거야.비밀스럽고 기이한 사랑에 홀려 끝내 파멸에 이르는 인물들을 보면‘기담’이 귀신만 앞세운 영화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될걸.
믿거나 말거나.지하철에서‘기담’을 보던 중,내가 서 있는 칸의 전등이 갑자기 꺼져버리더라.과연 우연이었을까?
감독 정식·정범식 / 주연 진구·김보경·김태우 / 98분 / 15세 이상 관람가
[이문수 기자 PICK ] 알포인트(2004)
촬영자 빼고 8명…사진엔 10명
줄거리는 꽤나 단순해.1970년대초 베트남전이 막바지인 상황에서 최태인 중위(감우성 분)에게 알포인트라는 지역에 가서 실종된 수색대원을 찾아오라는 명령이 떨어져.최 중위가 소대원을 이끌고 알포인트로 가는 여정이 시작되는데,문제는 계속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거야.가령 돌아가지 못한다는 뜻의‘불귀(不歸)’가 새겨진 바위를 본다든지,밤에 여자 귀신이나 외국 군인이 불쑥 나타난다든지….
무엇보다 끔찍하게 소름 돋는 지점이 있어.바로 이들이 수색을 시작하기 전 사진을 찍는 장면이야.분명 촬영하는 사람을 제외한 8명이 사진에 찍혔는데 화면 중간중간엔 10명이 나온단 말이지.
극한의 공포는‘무지’에서 나오는 법!어떤 대상이 생경하거나 그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을 때 두려움에 휩싸이거든.대원들간 불신이 만연해지고 적대하고 총부리까지 겨누는 순간 관람객은 자신도 모르게 참전 군인이 된 것처럼 감정이 이입된다고.
요즘 공포물은 시시하고 지루해.흉측한 좀비나 괴물이 나와서 깜짝깜짝 놀라게 하질 않나,선혈이 낭자한 장면을 피로하게 계속 보여주질 않나….
우리나라 영화감독님들 제발‘알포인트’같은 영화 좀 만들어줘요.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고,다양한 해석을 낳고,관객의 심리를 구석까지 내모는 그런 영화 말이에요!
감독 공수창 / 주연 감우성·손병호·이선균 / 106분 /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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