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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게니 17억·곰리 14억…키스 해링 10점 35억원 등 수천만~수억원대 거래 확산
사이먼 폭스 "프리즈 내부 데이터로는 지난해보다 강해져…다양한 가격대 거래가 시장 건전성"
내년 DDP 이전에도 키아프 협력 지속…프리즈 하우스·한국어판 통해 서울 활동 연중 확대100억원짜리 '한 방'은 없었다.대신 수천만원에서 10억원대에 이르는 작품들이 여러 부스에서 고르게 팔렸다.장기 침체에 빠진 미술시장의 회복 여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프리즈는 올해 서울에서 나타난 이 같은 거래 양상을 시장의 '건전성'이 높아진 신호로 평가했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시장은 의심할 여지 없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다만 이는 전체 미술시장이 아닌 프리즈가 자체적으로 확보한 거래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판단이라고 전제했다.폭스 CEO는 초고가 작품 한두 점의 판매보다 여러 갤러리에서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이 거래되는지를 시장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제시했다.
올해 프리즈 서울의 첫날 성적표도 이런 흐름을 보였다.지난해 하우저앤워스에서 마크 브래드포드 작품이 약 62억6000만원에 팔리는 등 수십억원대 거래가 이어졌던 것과 달리,올해 공개된 최고가 판매작은 타데우스 로팍이 출품한 아드리안 게니의 회화 'Figure with Funerary Stele'로 110만유로(약 17억4000만원)였다.안토니 곰리의 조각 'HOLD'도 75만파운드(약 13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초고가 작품의 '잭팟'은 줄었지만 거래의 폭은 넓었다.글래드스톤에서는 키스 해링 작품 10점이 외국인 컬렉터에게 총 250만달러,약 35억원에 한꺼번에 판매됐다.우고 론디노네의 작품도 점당 약 1억5000만원에 팔렸다.갤러리현대는 김창열 작품을 110만달러(약 15억원)에 판매했고,화이트큐브에서는 박서보의 '묘법' 연작이 30만달러(약 4억1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조현화랑도 이배의 청동 조각 7점을 각각 약 5000만원에서 2억원에 판매했다.
함께 열린 키아프 서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국제갤러리는 유영국의 1979년작 'WORK'를 6억~7억2000만원에 판매했고,장-미셸 오토니엘 작품도 6억원 안팎에 거래됐다.수천만원대 젊은 작가 작품의 판매도 이어졌다.VIP 프리뷰 첫날 관람객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으며,현장에서는 30~40대와 해외 컬렉터의 움직임도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타데우스 로팍 역시 첫날 판매가 빠르게 이뤄졌다며 한국 컬렉터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중국,홍콩을 비롯한 아시아권과 유럽·미국 컬렉터에게도 작품을 판매했다고 밝혔다.한두 명의 대형 구매자가 아닌 여러 국가와 가격대의 수요가 움직였다는 점에서 폭스 CEO의 진단과 맞닿는다.
폭스 CEO는 "메가 갤러리의 고가 작품 판매도 좋은 소식이지만 신진 갤러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작품을 판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올해 프리즈 서울에서는 근현대 거장 작품을 다루던 '마스터스' 섹션이 사라지고 일부 대형 갤러리가 불참했지만,신진 갤러리부터 메가 갤러리까지 각자의 컬렉터를 확보하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프리즈 측은 지난 5년 동안 서울이 단순한 아트페어 개최지를 넘어 아시아 미술시장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도 강조했다.폭스 CEO는 서울에 대한 문화적 기대감이 커졌고 페어의 규모와 전시 수준도 향상됐다고 평가했다.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프리즈 서울이 아시아를 기반으로 세계 미술계를 잇는 페어로 정체성을 구축한 점을 성과로 꼽았다.올해 프리즈 서울에는 30개 국가·지역에서 133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내년에는 프리즈 서울의 풍경이 크게 달라진다.코엑스 리모델링으로 프리즈 서울은 2027~2028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키아프는 코엑스에 남는다.두 행사가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개최되는 셈이다.폭스 CEO는 이를 두고 "여전히 행복하게 결혼한 상태"라며 키아프와의 파트너십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코엑스 공사가 끝난 뒤 개최 장소는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DDP가 코엑스보다 전시 공간이 작은 만큼 프리즈는 행사장 밖으로 활동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올해 프리즈 주간 서울 전역에서 130개가 넘는 전시와 행사가 열리는 점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도심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지난해 문을 연 '프리즈 하우스 서울'에 이어 프리즈 매거진 한국어판도 선보이며 서울에서의 활동을 연중 체제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세계 미술시장의 침체가 끝났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다만 올해 서울에서는 예년의 수십억원대 초고가 거래가 줄어든 자리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거래가 채우는 양상이 첫날부터 나타났다.폭스 CEO 역시 시장 회복의 근거를 특정 작품의 최고 판매가가 아니라 실제 작품을 구매하는 컬렉터층과 거래 가격대가 얼마나 넓어졌는지에서 찾았다.프리즈 서울은 오는 5일까지 코엑스에서 이어진다.